프랑스와 벨기에의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진 사례를 계기로, 선진국의 부채 상환능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기태 Sh수협은행 부행장보는 10월 14일 대구일보 칼럼에서 S&P가 프랑스 등급을 2025년 AA-에서 A+로, 벨기에 등급을 올해 4월 AA에서 AA-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글은 과거 등급 변경을 바탕으로 고금리·고부채·저성장의 결합을 평가한 칼럼이다. 벨기에에 대해서도 현재 위기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칼럼이 강조한 부담의 전달 방식은 국채 만기와 재조달이다. 낮은 금리로 발행했던 국채를 만기에 더 높은 금리의 국채로 대체하면 재정의 이자부담은 뒤늦게 늘어난다. 부채 총액뿐 아니라 평균 이자율과 명목성장률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성장률이 평균 이자율을 웃돌면 부담이 완화될 수 있지만, 반대 관계가 이어지면 부담은 커진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채 금리 차이는 시장이 프랑스에 추가로 요구하는 금리 수준을 보여준다.
높은 금리가 성장에 부담을 주는 과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은행의 일반적인 통화정책 해설에 따르면 기준금리 변화는 단기·장기 시장금리와 예금·대출 금리로 전달된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경우 콜금리 등 단기금리는 즉시 오르고, 예금·대출 금리는 대체로 상승하며 장기금리에는 상승압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며, 가계는 대출이자 지급 증가 등을 통해 소비를 줄이게 된다. 기업도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금융비용 증가로 투자를 축소한다. 이는 고금리와 저성장이 함께 거론되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 설명이며, 프랑스나 벨기에의 실제 소비·투자 감소폭을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은행의 대출태도도 전달 경로로 설명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상환능력을 우려해 대출에 신중해질 수 있고, 은행 자금에 의존하는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통화정책이 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는 복잡하고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나 시차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설명만으로 특정 국가의 위기 발생 시점이나 개별 대출의 금리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도 상환 여력을 좌우할 변수로 제시됐다. 칼럼은 저출산이 즉각 금융위기를 일으킨다기보다 생산가능인구와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세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봤다. 고령화는 연금·의료·돌봄 지출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설명했다. 성장과 세수로 이자비용을 흡수하지 못하면 추가 국채 발행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국가신용도를 볼 때 현재 등급뿐 아니라 등급이 움직이는 방향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